7세 고시 다큐를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https://youtu.be/DysyxTqFlnY?si=x_RxN4TVHykRT1sq
링크 참조.
내용은 요약하자면
7세 (만 5~6세) 애들이 합격률이 낮은 학원에 합격하기 위해 고시공부에 준할정도로 빡세게 공부 한다는 내용.
보면서 아이들이 참 안쓰러웠다.
과한 사교육 문제는 비단 오늘날의 문제가 아니라 옛날에도 있어왔었다.
내가 학창시절이었던 때도 그랬고, (2000년대 초반)
80년대에는 사교육을 아예 법적으로 금지하던 때도 있었다. 그만큼 사교육의 폐단이 사회적으로 컸다는 의미.
지금 학부모님들은 그 때 그 시절 사교육의 폐해를 몸소 겪고 자라난 세대였을 텐데, 왜 그것을 끊어내지 못하고 되물림 하는지 안타깝다.
물론, 부족한 과목에 대한 보충 형식으로 사교육을 받는 것은 괜찮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과도한 선행학습, 남들이 하니까 하는 식의 사교육은 너무나도 쓸 데 없다.
그 시간에 애들 뛰어놀게 시키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나도 사교육을 엄청 받았던 사람이고, 지금 하는 직업도 전문직인 30대 후반 남자다.
이러한 한국식 주입식 교육 시스템의 최종 승자라면 승자라고도 할 수도 있겠는데,
이런 사람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과한 사교육이 좋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써보겠다.
1.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공부는 남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것이다.
아무리 1타 강사가 떠들어도 딴생각 하면 말짱 도루묵임.
일례로 나는 강남대성학원에서 재수를 했는데
그런데도 수업시간에 딴짓하거나 자는 친구 꽤 많았음.
자습시간에 몰래 pc방 가는 애들도 많았고.
소를 물가에 억지로 끌고 가게 해도 소가 싫다하면 물을 마시게 할 수 없다.
아이가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하고 좋아하는 분야를 스스로 공부하게 만들어야지
(정규 교과과정 뿐만 아니라 영어애니메이션 보기, 판타지 소설 읽기 등도 훌륭한 공부라고 생각한다. )
어렸을 때부터 억지로 하게 하면 공부에 흥미를 잃고 책상머리에서 딴생각만 하고
공부하는 시늉만 내고 안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음.
그리고 내가 아는 지인이 있는데
딸 과외 하나도 안시킴.
근데 부모님이 머리가 좋아서 그런지 (아빠 :SKY 공대 엄마:중경외시)
알아서 토론토대 가더라.(세계 순위 21위, 서울대 41위)
지인 왈 "공부는 스스로 하는거야."
2.수능 난이도는 1~2년 바짝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수도 있지만, 기본 머리가 좋고 기본기가 있는 애들은
1~2년 바짝 하면 수능점수가 확 오름.
다만, 전제조건이 있는데 국어실력이 좋았던 애들이 잘 그럼.
반에서 한명씩 있던 판타지소설 무협소설 덕후들. 수업시간에도 맨날 책 읽던 애들
갑자기 정신차리고 점수 바짝 올리는 거 많이 봐왔음.
어렸을 때 힘들게 학원 뺑뺑이 시키지 말고 좋아하는 소설 많이 읽히게 하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음.
활자에 익숙해지게.
왜냐하면 수능시험 자체가 시간 제한이 있어서 그렇다.
아무리 똑똑해도 한문제당 5분 걸리면 수능 반타작 함.
하지만 활자에 익숙한 애들은 시험 빨리 풀고, 검토하고, 어려운 문제를 계속 붙잡고 풀 수 있음.
그만큼 실수 확률이 줄어들고 어려운 문제도 잘하면 풀어낼 수 있게 됨.
아무튼 이처럼 수능이 생각보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닌데
아이들을 어렸을 때부터 너무 학원 굴리는 것은 패착일 수 있다.
나중에 스퍼트 해야 될 시기가 오기전에 퍼지게 만들어 버림.
3.과외 등 선행학습이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없애버림.
원래 정규 교과 과정이 그 나이대의 학생이 이해할만한 내용으로 정한건데
그걸 뛰어넘어서 선행학습을 시키니까
학생들은 100%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암기해버림.
정의 원리를 이해해서 문제를 푸는게 아니라 그냥 푸는방법을 외우는 것.
어렸을 때부터 잘못된 습관이 고착화 된다는 것이다.
문제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최대한 효율적으로 풀까 고민해야 하는데
무지성으로, 조건반사적으로 풀게 됨. 그러다보면 자잘한 실수를 하게 되고. 조금만 응용문제 나와도 다 틀려버림.
주입식 교육은 90점까지는 도달할 수 있게 해주지만 절대로 100점은 못간다.
나도 항상 수학시험 보면 뭔짓을 해도 92점 이상 올라갈 수 없었다.
하지만 효율적인 문제풀이, 머리를 쓰는 문제풀이 방법을 터득 한 후 계속 100점 받음.
그리고 알려주는 것만 줏어먹는 학생들은 대학교가서도 똑같이 공부함.
교수님이 얘기하는 거 토시 하나 안틀리고 그대로 받아적음.
비판적 사고, 창의력이 생겨날 여력이 없음.
자신이 스스로 뭔가를 창조하지 못하고 남들의 그림자만 따라가게 됨.
4.시중 문제집으로 수업을 하는 등 수능과는 쓸데 없는 내용들을 가르침.
수능시험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능 기출로만 공부해야한다.
왜냐하면 출제자가 문제를 낼 때 수능기출자료를 많이 참고로 함.
너무 지엽적인 내용을 문제로 내지 않기 위해. 또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을 문제로 내고 싶어서.
수능출제단이 좋아하는 개념의 문제는 계속계속 반복해서 출제됨.
이렇개 수능은 양질의 정제된 문제다.
그래서 수능을 잘보기 위해서는 수능 단골 개념과 문제유형에 많이 익숙해져야 함.
실제로 수능괴수들은 수능문제를 너무 많이 풀어서 기출은 문제만 읽어도 답을 체크할 수있음.
그렇게 되면 실제로 수능 문제가 나왔을 때 비슷한 유형의 쉬운 문제는 그냥 거저 먹는거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어려운 문제에 투자할 수 있음.
수능 기출을 n회독 하고 공부 할게 없으면 6월 9월 평가원 문제 보고, 그래도 할게 없으면 교육청 모의고사 문제 풀고
그래도 할게 없으면 EBS, 그래도 할게 없으면 시중 문제집을 건드는 거다.
이 순서대로 공부하는 이유는 뒤로 갈수록 문제의 질이 안좋아짐.
지엽적인 내용을 문제로 내고 사고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단순 암기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많음.
시중 문제집 많이 풀어봤자 효율이 안나온다는 것이다.
사교육 문제로 돌아와서.
요새도 학원가가 수학의 정O, 등등 풀게 하는 것 같던데. 완전 쓰잘데기 없다.
100m 달리기 시험을 보는 건데, 마라톤을 죽어라고 연습시키는 격.
어느정도 도움은 되겠지만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5.아이에게 있어서 기회는 수능 단 한번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고등학교 시기를 놓쳤더라도,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극복할 기회는 항상 있다.
대학교 편입, 로스쿨, 행시, 고시, 사업 등등등....
찾아보면 무궁무진함.
사교육 시장이 불안을 조장해서 수능이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6.그리고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떡상&떡락할 지 아무도 모름.
나 때만 해도 프로그래밍 코딩 공부하는 애들은 거의 없었음.
그 시절에는 꿈이 해커나 게임 제작사 같은 소수의 컴퓨터 매니아들만 코딩 공부하고 그랬는데
그 친구들 중 의사보다 훨씬 잘나가고 돈도 많이 버는 애들 많다.
그리고 요새 변호사 위상이 옛날보다 많이 내려간 것도 다들 잘 아는 부분이고.
가까운 미래에는 의사들이 지금과 같은 평가를 받지 못할 듯 싶다.
당장에 올해부터 의대 TO가 많이 늘어났다.
이제 의사들끼리 경쟁해야 하고 도태되는 의사도 많아질 예정. 레드오션 시장이 될 게 명약관화하다.
7.의대 및 명문대 간다고 성공이 무조건 보장되지 않는다.
의대가서도 공부 안하는 애들은 10%정도 유급된다.
유급은 한학년 꿇는건데, 의대는 한과목만 F 여도 재수강 기회 안주고 학년 꿇게 함.
그리고 몇몇 소수는 한번에 그치지 않고 몇년 이상 계속 유급당함.
안그래도 의대는 등록금도 비싼데, 열심히 의대 보내놨더니 되라는 의사는 안되고 계속 유급당하면
부모 입장에서 천불이 나게 된다.
그리고 의사가 되어도 무조건 성공하는 게 아니다.
개업하는 것도 공부와는 별개의 능력이 필요하다. 사업수완, 말빨, 직원 관리 능력, 친절함 등등
이런 걸 잘 하지 못하고 망하고 빚더미에 앉는 사람 꽤 있다.
명문대 혹은 의대에 간다고 항상 꽃길이 있는게 아니니까 아이들을 학대하면서까지 공부에 목매달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8.아이의 스트레스 및 정신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성인도 직장생활 힘들게 하다보면 번아웃이 온다. 성인도 그러할진데,
아이는 정신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너무 시키면 멘탈이 무너지기 쉽다.
그러면 슬슬 반항기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부모님이 그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 공부시키면 다음 두가지 일이 벌어짐.
첫째, 사춘기 때 반항기가 폭발해서 공부에 아예 손을 놓음.
이거는 내 아이가 남들보다 유난히 사춘기를 더 겪는거와는 상관없다.
아이때부터 차곡차곡 쌓여온 부모에 대한 적개심이 나이가 들고 힘이 생김에 따라 폭발하는 것이다.
근데, 차라리 이렇게 반항이라도 하면 아이 본인의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됨.
들끓는 분노를 이렇게라도 김을 식혀야 정신병에 걸리지 않음.
둘째, 계속 고분고분 하게 지내는 아이. 하지만 종국에는 정신병에 걸린다.
어렸을 때부터 원하는 바를 하지 못하고 하기 싫은 것 억지로 하게 되고
항상 자신의 의견을 무시받던 아이는 적개심이 내면으로 향함.
부모에게 화내봤자, 들어줄 일 만무하고, 스스로 분노를 삭힌다.
그러다 보면 우울증, 불안증, 조현병 등 각종 정신질환이 생기기 시작함.
히키코모리도 이런 메커니즘으로 생기게 됨.
이러한 정신병이 안생기더라도, 자신감 없고 눈치잘보는 성격이 형성됨. 그리고 사회생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주변에서 다들 은연중 무시하거나 막 해도 되는 상대로 여김.
이렇게 되면 대학교 가거나 취업 하고도 불행한 삶을 살 가능성이 높아짐.
9.과하게 시키는 것의 원인은 자식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사실 부모의 욕심과 열등감 때문이다.
말은 자녀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진짜 원인은 열등감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고 자녀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그걸 무시하고 자기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것은 왜곡된 사랑임. 내면 심리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자녀를 굳이 굳이 성공시키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원인들에서 기인한다.
첫째, 자녀가 명문대에 가야 내가 주변사람들 사이에서 면이 서기 때문에 몰아붙이는 것이다.
둘째, 내가 어렸을때부터 학벌에 대한 열등감이 있어서 자녀만큼은 좋은 곳에 보내주고 싶다.
셋째, 부부관계가 좋지 않아서 인생이 실패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힘. 하지만 자녀만큼은 잘 키워서 실패한 인생이 아니라 나름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다.
넷째, 주변에서 다 하니까 안시키면 불안해진다. 하지만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고, 아이를 위해서 뭐라도 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음.
지금까지 과도한 선행학습 사교육 시키면 안되는 이유에 대하여 서술해보았다.
아이가 미래에 성공하려면 시험 잘보는 것 말고도 갖춰야 할 다른 더 중요한 능력이 많다고 생각한다.
체력, 사회성, 끈기, 회복탄력성, 성실함, 도덕성, 예절, 배려심, 측은지심 등등등...
이런 것을 잘 갖춘 사람들은 어디에서건 성공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이런것들은 책상머리에 가만히 앉아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이 글로 말미암아 단 한명의 아이라도 행복해 질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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